삶이 허전할때 인생을 돌아보는 질문
삶의 겨울이 오기 전에 반드시 해야 할 질문이 있습니다
번역가이자 작가였던 이윤기가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하고 있는 일, 살고 있는 삶에는 지금 내 피가 통하고 있는가?
나는 삶에서 무엇을 취하고 있는가?
가죽인가, 뼈인가.
문제는 골수이겠는데, 과연 골수인가?"
이 물음을 처음 만났을 때, 한동안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가죽. 뼈. 골수.
우리는 삶의 어느 부분을 살고 있는 걸까요.
우리가 던져온 질문들
지금까지 우리가 스스로에게 던져온 질문들을 한번 떠올려 보십시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더 많이 벌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더 넓은 관계를 만들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더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있을까.
이 질문들은 틀린 것이 아닙니다.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들을 향한 질문이고, 그 질문을 따라 열심히 살아온 것도 맞습니다.
하지만 인생에는 반드시 겨울이 옵니다.
그때까지 쌓아온 지식도, 모아온 돈도, 넓혀온 인간관계도 어떤 답을 주지 못하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삶이 갑자기 낯설어지는 순간. 열심히 살아왔는데 왜 이렇게 허전한가 싶은 순간. 이게 내가 원했던 것인가 싶어 멈추게 되는 순간.
그 겨울 앞에서 '어떻게 더 많이 얻을까' 라는 질문은 아무런 온기도 주지 못합니다.
질문의 방향을 돌려야 합니다
인생의 전환을 이룬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들이 특별한 비법을 발견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이 남다른 재능을 가진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질문 자체를 바꿨습니다.
'무엇을 이룰까'에서 '나는 누구인가'로.
'어떻게 더 가질까'에서 '나는 무엇으로 살아갈 것인가'로.
'어떻게 보여야 할까'에서 '진정 나다운 삶이란 무엇인가'로.
질문이 달라지면 삶의 방향이 달라집니다. 그리고 그 방향이 달라지면 전혀 다른 곳으로 걸어가게 됩니다.
삶의 전반기에 묻지 못했던 것들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면 이런 생각이 드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바쁘게 살았습니다. 이루어야 할 것들을 향해 달렸습니다.
그 과정에서 정작 자신에게 물어야 할 것들을 미뤄두었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은가. 무엇이 나를 살아있게 하는가.
내 삶에서 진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이 질문들은 시간이 나면 생각하려고 했지만, 그 시간이 좀처럼 오지 않았습니다.
삶의 전반기는 그렇게 흘러갔습니다.
그런데 이제 그 질문들을 꺼낼 때가 되었습니다.
바쁘게 사느라 묻지 못했던 것들, 이루어야 한다는 압박 속에 잊고 있었던 것들을 이제 스스로를 향해 천천히 꺼내놓을 때가 된 겁니다.
골수를 건드리는 물음
다시 이윤기의 말로 돌아가 봅니다.
가죽, 뼈, 골수.
가죽은 겉에 있습니다.
보이는 것, 드러나는 것, 남들이 평가하는 것. 우리는 꽤 오랫동안 가죽을 지키는 데 힘을 쏟아왔습니다.
뼈는 조금 더 안쪽에 있습니다.
쌓아온 능력, 경험, 관계. 이것들도 분명 중요한 것들입니다.
그런데 골수는 다릅니다.
골수는 가장 깊은 안쪽에 있는 것입니다.
외부의 시선과 상관없이 존재하는 나 자신.
어떤 역할도 벗어던졌을 때 남는 것.
누군가의 부모도, 직장인도, 사회의 구성원도 아닌, 그냥 '나'라는 존재의 가장 깊은 곳.
그곳에 지금 피가 통하고 있느냐고, 이윤기는 묻고 있는 겁니다.
이 물음이 불편하게 느껴진다면, 그것이 오히려 중요한 신호일 수 있습니다.
죽고 다시 태어날 준비
이 물음은 결국 여기까지 이어집니다.
지금까지의 나를 떠나보낼 준비가 되어 있는가. 그리고 전혀 다른 방식으로 다시 시작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것은 무언가를 포기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부정하라는 말도 아닙니다.
그것은 더 깊은 곳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입니다.
가죽을 지키는 삶에서 골수를 살아내는 삶으로.
남들의 기대에 맞추는 삶에서 진정 나다운 삶으로.
'어떻게 더 가질까'를 묻는 삶에서 '나는 무엇으로 살 것인가'를 묻는 삶으로.
그 전환이 바로 인생의 진짜 도약입니다.
마무리 — 이제 한 번도 꺼내놓지 않았던 질문을 던질 때입니다
오늘 이 글을 읽고 계신 당신에게 묻고 싶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내 피가 통하고 있습니까.
지금 살고 있는 이 삶은 진정 나다운 것입니까.
나는 누구이고, 무엇으로 나의 길을 가고 있습니까.
이 질문들이 쉽게 답해지지 않는다면 괜찮습니다.
쉽게 답해지는 질문은 골수를 건드리는 질문이 아닙니다.
깊은 질문은 바로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질문을 품고 살기 시작할 때, 삶이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이제 삶의 전반기에 묻지 못했던 것들을 스스로를 향해 꺼내놓을 시간입니다.
가죽을 넘어, 뼈를 넘어, 골수까지 닿는 삶을 향해.
지금 이 순간부터, 질문을 바꿔보십시오.
"오늘 이 질문이 오래 마음에 남기를 바랍니다. 바로 답이 나오지 않아도 됩니다. 질문을 품고 걷다 보면, 언젠가 골수에서 오는 답을 만나게 됩니다. 다음 글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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