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빼야 삶이 보입니다 — 보만 스님의 인간관계 수업

불교는 무조건 참으라고 하지 않습니다. 경전은 오히려 그 수행자를 비웃었습니다.

영원한 악인은 없다. 하지만 피해야 할 사람은 분명히 있다.

참는 게 미덕? 스님이 말하는 진짜 불교의 인간관계법

살면서 가장 많은 에너지를 쓰는 곳은 어디일까요.

일도, 건강도 아닙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그것은 인간관계입니다. 누군가에게 상처받고, 누군가를 미워하고, 누군가에게 맞춰주다 지치는 일. 현대인이 짊어진 가장 무거운 짐입니다.

도각사 주지 보만 스님이 최근 유튜브 채널 지식인사이드에 출연해 이 짐을 조금 가볍게 내려놓는 법을 이야기했습니다. 2004년 출가 후 청송교도소 강의, 국회 강연, 저술 활동을 이어온 스님의 말에는 현장에서 길어 올린 무게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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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원한 악인은 없습니다

스님이 청송교도소에서 6년간 강의하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과거에 잔인한 범죄를 저질렀던 한 재소자가 마음을 고쳐먹고 수행자의 삶을 살기로 했습니다. 수계식 날, 향불로 팔에 자국을 남기는 연비(燃臂) 의식에서 그는 뜨거움이 두려워 팔을 뺐습니다.

이를 본 보만 스님이 스승에게 말했습니다. "야, 정말 나쁜 놈이네요."

스승의 대답은 짧고 깊었습니다. "정말 걔가 악인이냐? 아이가 아니고?"

과거의 행적은 분명 악이었습니다. 그러나 뜨거움을 피하려는 그 찰나의 본능까지 악하다고 볼 수는 없다는 가르침이었습니다. 불교에서는 이처럼 순간순간 일어났다가 사라지는 마음을 무상법(無常法), 항상함이 없는 법칙으로 설명합니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한번 프레임을 씌우면 그것을 좀처럼 거두지 않습니다. 그 사람이 보여주는 모든 것을 그 프레임으로 해석합니다. 그런데 인간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존재입니다. 과거의 잘못에 갇혀 타인을 고정된 틀로 재단하는 것, 그것이 불교에서 경계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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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고 무조건 참으라는 뜻은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불교를 무조건적인 인내와 자비의 종교로 오해합니다. 그런데 경전은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머리가 벗겨진 한 수행자가 동네 아이들에게 나뭇가지로 매질을 당했습니다. 그는 아이들이 어리석어 하는 행동이니 참겠다며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경전은 이 수행자를 지혜롭다 칭찬하지 않았습니다. 비웃음의 대상으로 보았습니다.

부당한 상황, 나에게 해를 끼치는 사람 앞에서 할 일은 참는 것이 아닙니다. 재빨리 피하고 막는 것입니다.

스님은 이를 훈습(熏習)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불이 난 집에 들어가면 의도하지 않아도 온몸에 연기 냄새가 배듯, 우리는 주변 환경에 끊임없이 영향을 받습니다. 분노와 자극으로 가득 찬 미디어에 노출될수록 마음이 소란해지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화합을 깨뜨리는 사람, 내 말만 옳다고 독선적으로 주장하는 사람. 자신의 그릇이 그를 감당하거나 바꿀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면, 일정한 거리를 두는 것이 현명합니다. 악지식을 멀리하고 선지식의 향기를 가까이하는 것, 그것이 수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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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에서 힘을 빼야 합니다

스님이 전하는 마지막 이야기가 가장 묵직하게 남습니다.

삶을 너무 진지하게 살지 말라고 합니다. 매 순간을 너무 진지하게 여기면 마음이 경직되고, 반드시 구체적인 목표 설정으로 이어집니다. 그 목표 앞에 선 마음은 성공이냐 실패냐는 이분법의 기로에 놓이고, 그것이 불안을 낳습니다.

입시, 취업, 승진, 노후 준비. 심지어 정년퇴직 후에도 자연인으로서의 삶이라는 또 다른 목표를 세우며 스스로를 채찍질합니다. 목표를 달성해도 진정한 쉼은 오지 않습니다. 다음 목표가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스님은 윤회의 관점에서 이 집착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마다 옷을 갈아입듯 삶 또한 전생과 현생, 차생을 거치며 갈아입는 옷이라는 생각이 들자, 마르지 않는 샘을 가진 부자가 돈을 대하듯 삶을 집착 없이 대할 수 있게 되었다고요.

삶을 지나치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게 되자, 비로소 나만의 행복을 찾아갈 자유가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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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우리가 지치는 이유의 상당 부분은 힘을 너무 많이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을 판단하는 데 힘을 주고, 관계를 유지하는 데 힘을 주고, 목표를 향해 달리는 데 힘을 줍니다.

보만 스님의 가르침은 단순합니다. 영원한 악인은 없으니 프레임을 거두세요. 부당한 것은 피하세요. 그리고 삶에서 힘을 조금 빼세요.

힘을 빼야 숨을 쉴 수 있고, 숨을 쉬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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