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것도 삶의 일부입니다 — 갱년기를 지나는 한 여성의 이야기


 쉰이 넘으면 평온해질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가장 큰 혼란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갱년기가 가르쳐준 것

타워 카드를 두 번 뽑은 날, 그녀는 비로소 내려놓기 시작했다

어떤 사람들은 쉰이 넘으면 비로소 평온해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지천명(知天命), 하늘의 뜻을 알게 되는 나이라 했으니까요. 그러나 현실은 종종 그 기대와 정반대의 모습으로 찾아옵니다.

정수지 씨의 이야기가 그렇습니다.

불면의 터널을 겨우 빠져나왔다 싶었을 때, 불면은 전혀 다른 얼굴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어깨 통증, 관절의 뻣뻣함, 이유 없이 밀려오는 불안과 우울. 중년의 사춘기라 불리는 갱년기였습니다.

몸은 지쳐 있는데 잠은 오지 않는 밤. 족욕을 하고, 하품이 날 만큼 나른한 상태로 침대에 누워도 막상 눈을 감으면 정신은 되레 또렷해졌습니다. 한두 시간이 훌쩍 지나고 나면 눈동자가 번쩍 떠지는 그 고통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압니다. 얼마나 긴 밤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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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로 카드 '타워'가 전한 메시지

흥미로운 건, 그 시기에 그녀가 타로 워크숍에서 뽑은 카드가 '타워(Tower)'였다는 점입니다. 높이 쌓아 올린 탑이 한순간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카드. 며칠 뒤 다시 같은 카드를 뽑았을 때, 그녀는 그것을 불길한 예언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오래된 삶의 방식을 내려놓으라는 신호라고 읽었습니다.

그녀는 늘 완벽주의자였습니다. 시작한 일은 완벽하게 해내야 했고, 약속은 무조건 지켜야 했으며, 맡은 일은 끝까지 책임져야 했습니다. 유럽 레지던시를 앞두고도 떠나기 전 모든 것을 깔끔하게 정리하려 애를 썼습니다. 그런데 그 강박이 오히려 더 깊은 불안으로 그녀를 밀어 넣었습니다.

우리가 '단단함'이라 믿었던 것이, 어떤 순간에는 스스로를 조이는 굴레가 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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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갱년기는 약점을 드러내는 시기가 아닙니다

갱년기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오해합니다. 그것이 무언가를 잃는 시간, 무너지는 시간이라고요.

하지만 그녀는 조금 다른 시각으로 이 시기를 바라보게 됐습니다. 갱년기는 어쩌면 자신이 원래 취약했던 부분들을 더 선명하게 드러내는 시기라고. 예민함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전에는 결점이라 여겼던 그 예민함이, 실은 몸과 마음의 미세한 결을 읽어내는 능력이었고, 타인의 고통에 깊이 공감할 수 있는 힘이었습니다.

결점이라 믿었던 것이 사실은 선물이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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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질꼬질한 아침의 고백

그녀는 요즘 자신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책을 쓰는 요즘의 나는 꼬질꼬질하다."

아침에 일어나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며 차 한 잔을 마시고, 씻지도 않은 채 잠옷 바람으로 노트북 앞에 앉아 글을 씁니다. 예전의 완벽주의자라면 상상도 못 했을 아침입니다.

그런데 바로 그 꼬질꼬질한 아침이, 처음으로 '있는 그대로 존재하는 법'을 배우는 시간이라고 그녀는 말합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얼마나 많은 기준 속에 스스로를 가두고 살아왔던가요. 싸우지 않는 사랑이어야 했고, 꼬박꼬박 들어오는 수입이어야 했으며, 늘 건강한 몸이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갱년기와 불면은 그 기준들을 한꺼번에 흔들어 놓았습니다.

삶은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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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이 지고 나서야 봄꽃이 핍니다

그녀는 이렇게 씁니다.

낙엽이 지고 겨울이 오면 다시 봄에 꽃이 피듯, 생명은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피고 지며 흐른다.

인생의 후반부는 더 많이 쌓아 올리는 시간이 아니라, 잘 내려놓는 법을 배우는 시간일지 모릅니다. 쉰이 되면 평온해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가장 큰 혼란 속에서 비로소 자기 자신을 다시 배우게 되었다고 그녀는 고백합니다.

그리고 이제는 허용하려 한다고 했습니다. 나에게도 숨 쉴 틈이 필요하다는 것을.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고, 아프면 아픈 대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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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터널 속을 지나고 있는 분이 계신다면, 이 이야기가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합니다.

무너지는 것은 끝이 아닙니다. 때로 그것은 더 단단한 무언가를 위한 시작이기도 합니다. 낡은 탑이 무너져야 새로운 것이 세워지듯, 오래된 나를 내려놓아야 진짜 나를 만날 수 있는지도 모릅니다.

지금 이 순간도 충분합니다. 꼬질꼬질해도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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